- 제111회 임원 선거, 거룩한 직분인가 세속적 권력인가
- 세속 정치와 다를 바 없는 과열된 선거전
- 청탁이 없었다는 것은 청렴함일까?, 무능함일까?
- '명예'가 아닌 '책임'의 자리임을 기억해야

해마다 9월, 한국교회의 장자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소집되는데, 올해에는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소집되어 제111회 총회가 열린다. 이번 총회를 이끌어갈 임원 및 선출직 선거 대진표가 확정되었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3구도 권역별 정견발표회가 영남지역은 대구 대명교회, 호남중부지역은 대전중앙교회, 서북서울지역은 남현교회에서 거행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총회장 승계를 앞둔 현 부총회장 정영교 목사의 ① 공의를 바로 세우는 온라인 사법 시스템(LMS) 구축, ② 다음세대를 생생하게 살릴 교육 시스템과 평신도 교회 교육사 안착, ③ 평양대부흥운동 120주년, 가슴 뜨거운 영적 각성 운동이라는 3대 핵심 공약 및 비전을 필두로, 제111회 총회를 이끌 차기 목사·장로 부총회장 및 총회 총무 자리를 둔 열띤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정견발표 현장을 모두 취재한 기자의 마음 한편에는 기대보다 유감(遺憾)이 앞선다. 해마다 반복되는 총회 선거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제111회 총회 임원및 총회 총무, 총회 기관장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속 정치와 다를 바 없는 과열된 선거전
올해 주요 직책인 2파전의 목사, 장로 부총회장를 위시하여 부회록서기 2파전, GMS 이사장 선거와 기독신문 이사장 2파전, 3년 동안 총회본부의 살림을 꾸려갈 총회총무 선거는 치열한 3파전 양상을 보이며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뜨겁다.
후보들은 저마다 ‘교단 발전’, '개혁', '화합', '원칙'을 내세우며 총회를 바르게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후보 간의 날 선 견제와 세속적인 선거 공학이 난무했는데, 총회를 바르게 섬기겠다고 외치는 후보가 선거법을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교단의 미래를 위해 정견을 발표하는 현장과 선거유세장을 분별하지 못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했기에 선거관리위원장 김종혁 목사가 설교에 앞서 선거법 준수 여부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공지한 후에야 조금 진정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후보는 정견발표를 하면서 총회에서의 청렴을 강조하며 “총회의 밥상은 걸레가 아니라 행주로 닦아야 한다”는 거친 비유까지 등장했다. 직설적인 일침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거룩한 교단의 지도자를 뽑는 자리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정치적인 수사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상대보다 돋보이기 위해 자극적인 언어를 동원하고, 교단의 쇄신보다는 세력 과시를 위해 목소리를 크게 하며, 3구도 권역별 표 계산에 몰두하는 모습은 일반 사회의 정치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회의 위상을 바르게 세우겠다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가 있는 반면에, 어떤 후보는 구호만 남기는 정견발표의 장이 된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는 학령인구 감소, 다음 세대 이탈, 사회적 신뢰도 하락이라는 막중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제111회 총회 임원 선거는 이러한 교회의 본질적 위기를 타개할 신학적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을 논하는 장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견발표에서 들리는 약속들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결여된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기간에 혁신을 이루겠다거나 소통과 화합을 약속하지만, 정작 쇠락해 가는 지교회의 현실을 어떻게 부축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청탁이 없었다는 것은 청렴함일까?, 무능함일까?
'청탁이 없는 것은 청렴함일까, 무능함일까?'라는 질문은 조직 사회의 권력 역학과 인간의 윤리적 딜레마를 동시에 찌르는 매우 날카롭고 깊이 있는 화두이다. 현실 정치나 조직의 생리에서 청탁은 종종 '권력의 크기'와 '자원의 통제력'을 상징한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문제를 해결해 줄 실질적인 권한이나 능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그 사람은 총회 공동체 조직의 핵심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인맥이 좁아 애초에 접근할 수 있는 연결고리조차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대로, 막강한 권한과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변에 청탁이 없다면 이는 고도로 훈련된 청렴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저 사람에게는 원칙에 어긋나는 부당한 부탁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확고하고도 두려운 평판이 형성되면, 사람들은 아예 청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청탁이 없는 상태가 청렴인지 무능인지를 가르는 핵심은 '그에게 문제를 해결할 실제적인 권한과 능력이 있는가'에 달려 있다.능력이나 자리가 없어 부탁조차 받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영향력의 부재이지만, 충분한 권한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않는 원칙 때문에 주변에서 감히 부당한 요구를 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완성도 높은 형태의 '청렴함'일 것이다.
진정한 청렴은 유혹이 없는 온실 속이 아니라, 유혹이 스스로 접근을 포기하게 만드는 단단한 태도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 교단이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업무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청탁이 개입할 여지 자체를 차단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명예'가 아닌 '책임'의 자리임을 기억해야
'총회를 위한 섬김'을 자처하지만, 정작 그 섬김이 교권 쟁취를 위한 포장지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한 후보의 말처럼 직분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며, 명예가 아닌 일할 기회"가 되어야 한다. 총대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단상 위에 선 후보들은 자신이 구하는 이 직분이 과연 하나님 앞에서 십자가를 지는 자리인지, 아니면 교단 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권력의 자리인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제111회 총회 임원 및 총회총무, 총회 기관장 선거의 주권을 쥔 총대(투표권자)들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혈연, 지연, 학연, 혹은 소속 파벌의 이익에 따라 표를 던지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 화려한 언변과 자극적인 구호 뒤에 숨겨진 후보의 진짜 역량과 도덕성을 분별해 내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제111회 총회가 끝난 뒤, 이번 임원 선거가 '권력 투쟁의 장'이 아니라 교단의 미래를 향한 '거룩한 고민의 장'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 선거가 끝난 뒤 기자수첩에 '유감(遺憾)'이라는 단어를 적어 내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